감상/글

무미건조하며 몽환적인 판타지.

ㅅㅌㅅㅌ 2017. 6. 27. 23:36

"난 웃을 수 없어서 웃기는 사람이 된 것뿐이야. 우스운 얘기지?"

- 단편 <개그맨> 중


김성중.

그의 글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아무렇지 않은 몇 줄의 글로 순식간에 그가 창조한 세계로 자연스레 빠졌다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기묘한 세계를 그리지만 큰 감동이 아니라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깨는 잠처럼.

무미건조하며 몽환적인 판타지.

소설이라기보다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노래한 시를 들은 것 같다.



그의 글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책을 얹은 다리의 비틀림으로 뿌리에서 책을 맺는 나무가 되는 감각.


시속 300km로 아버지의 시간을 거꾸로 되짚는 감각.



선선한 아침공기가 품은 비릿한 하수와 고소한 빵 냄새로 걸음마다 새로운 세계가 속삭이는 감각.


오늘 늦은 퇴근길도 그의 글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