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변하지 않아(2013년 10월의 기억)
주어진, 혹은 내가 택한 삶에 맞춰 살아가는거지.
늦은 집안일에 짜증내기보다
아프다는 아내 발을 위해 족욕물 받는 남편 고마워하기 신공을 시전하다니.
사람은 물론 변하지는 않아도 서로 기대고 맞춰가며 살아갈 수는 있다.
2013/10/3 10시 30분 경
"아으... 밤 늦게 안 먹는게 제일 좋은디"
그냥 자면 안되냐고 사정하다가 한 젓가락만 먹겠다고 일어난 그가 짜파구리를 다 먹은 후에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친 대사 한마디.
남편의 저녁 식사를 배려해 같이 먹어주겠다고 한 짜파구리를 끓이고 있자니 그 자리에서 잠들어 버린다. 완성 직전 결국 방에 들어가 실신한 그를, 짜파구리의 특성상 혼자 먹을 수 없는 양이므로 깨워 나온 무정한 남편.(바로 나ㅋㅋ) 결국 나와 비슷하게 먹어치운 짜파구리의 냄비 앞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안 그래도 제 한몸 쁘라스(+) 장난만 가득 넘치는 남편을 만나 피곤한 인생에 주어진 행복 덩어리(?) 건희를 만나 피곤한 그를 깨워 짜파구리를 먹자니 마사지라도 해줄까 하다가...
그가 원하는 건, 아니 그에게 정말 필요한 건 마사지도 아니고, 먹고 싶어하던 짜파구리, 삽겹살도 아니라 저 설겆이 거리의 증발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마음 깊은 곳 한구석을 스치고 지나갔다.
요즘 개도 하고 소도 한다는 가사분담이 직장인, 엄마, 딸, 며느리, 친구 등등의 다중신분인 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추리력!!
그럼에도 불구. 정말 이 정도면 나는 불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설겆이는 그가 해치워버리고, 나는 다음 날 먹은 아침 설겆이를 해버리고 말았다.(그나마도 재량휴업으로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원래 느긋한 일처리를 천성인 줄 알고 있는 나는 대신 잊어버리지 않고 오늘 점심 설겆이를 지금 조용히 해치워버렸다. 점심엔 세 가족 모두가 건희의 생애 첫 콘서트 참가를 위해 급하게 외출을 했으니까 뒤늦게 ㅋㅋ
놀라운 추리력 + 조금 더 신속한 일처리를 해야하는 그의 남편 1호의 짧은(?)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