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을 그 자리에 서서 2주기 다큐를 보았다. 1시간을 서성이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른 행사장을 거닌다.사진은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러고는 분향소를 들어가는데 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이 소리없이 오열하며 나선다. 한명이라도 기억해보려고 국화꽃을 들고 한참을 섰는데 이상한 일이다. 시선이 지나가는 순간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또... 이상한 일이다. 나를 마주볼리 없는 각도에 걸린 사진을 보는데 두 눈이 나를 바라본다. 아무런 원망도 미련도 담겨 있지 않은 눈길. 그 눈길에 왠지 미안해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한 채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재촉이 묻어나는 스탭의 반복되는 말에 국화꽃을 얹고 두 눈을 감는데 얼굴들은 간데없고 눈동자만 떠오른다.멍해진 마음으로 나서며 이제 어쩌나... 하는데 리본..
나는 선생이다. 처음 근무하던 학교는 실내화를 신어야 하는 학교였다. 어느 날 퇴근길에 신발 단속의 최고봉 생활지도부실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바쁜 퇴근길 그냥 지나칠만도 하지만 집요한 성격이 발을 붙든다. 자- 파이트!! 와아- 신발 예쁘네. 화기애애함 뒤에 긴장감이 숨어있다. 신발 벗을까? 긴장감이 얼굴을 내민다. 나중에 벗을게요. 지금 벗자. 당겨진 시위같이 팽팽하다. 가던 길 가세요. 폭발은 금물이다. 너 기분 나쁘지 않게 하고 싶어하는 말을 그렇게 받으니 모두 안 좋지 않아? 이런저런 실랑이 끝에 이 말을 끝으로 결국 아이는 신발을 벗는다. 그때부터였다. 40분 거리의 출퇴근 길에 신발 주머니를 들고 다닌 것이. 나보다 힘이 약한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특히 나를 낮추는 것이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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