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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메모

덕유산

ㅅㅌㅅㅌ 2009. 2. 2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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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새하얀 설산도
너무 예뻐 보이는 눈꽃이 참 좋았다
 
허나 나를 가장 사로잡은 것은
등산로를 따라 작게 뻗은 냇가에서
보이는 산의 작은 목소리였다
 
산을 찾은 시간도 경험도 지식도 미천하지만
지난 9월 지리산에서 새벽에 일어나
한가위가 갓 지나 조금 기운 달빛에 취해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 한시간이나 했던 명상 이후로
산을 찾는 나의 마음은
늘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세상에 찌든 나를 받아주고
더러움을 정화해주고
속내를 드러내 길을 터주는 그에게
받기만 하는 내가 미안하고 그 마음이 고맙다
 
남은 시간은 한시간 거리는 5.6km.
땀도 내어 몸도 정화할 겸
짐을 메고 뜀박질을 하던 중
시야에 들어온 무주 구천도 제 22경이라는 금포탄 푯말.
 
어느 사이 바닥에 놓인 짐과 외투 옆
얼음 위 살짝 튀어나온 작은 바위 우에 내 몸이 놓이고
눈이 감겼다
 
두텁게 언 얼음 틈새로 졸졸 흐르는 냇물소리
시원하게 산의 내음을 나르는 산들바람
소란하지 않게 지저귀는 나무와 새의 목소리
 
마음 한구석 조급함으로 보았던 산은 어디로 갔을까
작은 목소리,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일체감
 
십분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산과의 만남이
덕유산을 찾은 나를 온전히 해주었다
 
덕유산아 고마워
다음에 또 올게 받아줄거지? ^^*
 
 
-08.12.25 14:50 오우사굴-백련사 구간 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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