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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 등대 하나가 서 있다.
그 곳을 찾은 친구 셋은 바닷바람이 쌀쌀하고 거세지만
푸근하게 펼쳐진 풍경을 함께 해서 마음은 따뜻한 지
연신 재잘거리며 즐겁게 땅끝의 등대를 찾아 정을 나눈다.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등 뒤로 배 한 척이 여유롭게 지나친다.
낯 모르는 그들이지만 하나씩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예쁠까..? 남자친구는 있을까..? ㅋㅋㅋ
아니, 아니지 ^^;;;
이건 아니다- ㅎㅎㅎ
저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까.
얼마나 많은 정을 나누었길래 이 먼 곳까지 함께 찾았을까.
저들은 서로를 얼마나 속속들이 알고 있을까.
저들은.
익숙함이 가져다 주는 망각속에
서로를 상처입히고 외면했던 적이 있었겠지.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극복하며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되었겠지.
앞으로도 저들은 그 과정을 반복하겠지만
그들은 더더욱 서로를 소중히 아끼겠지.
어느 순간 티코의 문을 발로 닫고 있는 나를 깨달았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발로 턱턱 걸쳐 닫고 지냈다.
어느 날 이 녀석에게 슬며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작고 오래되고 비싸지 않다고 내가 너를 홀대하는구나..
니가 비싸고 큰 차였다면 그래도 내가 너를 이리 대했을까..
아니, 아니다.
나는 너를 익숙함을 핑계삼아 막 대하고 있는거다.
너를 처음 만난 일년 전 나는 너를 이리 대하지 않았다.
운전 면허 취득 1년. 티코를 만난 지 1년.
이 시간동안의 익숙함이 가져다 준 것은
티코 핸들의 뻑뻑함과 브레이크를 잡을 때 밀리는 정도에 대한
능숙함 뿐 아니라 방치와 무관심도 함께 가져다 주었다.
나는 이제 네 문을 손으로 조용히 닫는다.
나는 네 위로 새똥이 떨어지지 않는 곳에 주차한다.
네 안을 더 자주 둘러보고 깨끗이 한다.
그렇게 너는 내 삶에서 또 하나의 의미가 되어간다.
-08.02.24 12:03 땅끝마을을 떠나기 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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